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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지즘/Ageism(연령차별) ☆

거짓 없는 진실 2023. 8. 13. 12:07

☆ 에이지즘/Ageism(연령차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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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法官) 고위직을 지낸 지인께서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습니다. 
법정에서 재판장인 그의 모습에 대해 
들을때마다 고개가 숙여지는
카리스마가 넘쳐 흘러나오는 
그런분이셨습니다. 
부드럽고 관대(寬待)하지만 
그 너머에는 총명(聰明)과 
지혜(智慧)가 넘쳐흘렀습니다. 
소박(素朴)한 그는 
노년(老年)이 되어서도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옷을 입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그를 만났더니 
웃으면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동네 과일가게 앞에 가서 
과일을 한참 내려다보고 있었지요. 
그랬더니 잠시 후에 
가게 주인이 나와서 나보고 하는말이
"아저씨, 오늘은 박스 없으니까 
다음에 오세요" 라고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소린가 했지요. 
그러다가 생각해 보니까 
그 가게에서 못쓰고 버리는 
박스를 내가 얻으려고 온 
🍎불쌍한 노인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늙으면 그렇게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분께서는 원래 부잣집 아들로 
상당한 재력가이기도 했습니다. 
늙으면 누구나 초라하게 보여지고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어제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였을때 입니다. 
점심 먹은 게 체했는지 
속이 불편했습니다. 
건너편 길가에 약국이 보였습니다. 
약국 유리문에는 
서울의 최고명문대학의 뱃지가 
코팅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선전물을 보는 사람들 생각은,
''나는 다른 약사와 달라요 
일등품이에요'' 하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약국 안에는 가운을 입지 않은 
약사로 보이는 사십대 초쯤의 
남자가 혼자 앉아 있었습니다. 
눈길이 부리부리한 게 
불만이 가득찬 얼굴이었습니다.
  
“활명수 한 병만 주세요.”하면서
나는 공손하게 말했습니다. 
늙을수록 젊은 사람들을 대할 때 
조심하면서 예의를 차리자는 
나름대로의 마음이였기 때문입니다. 

인상을 찡그리듯이
퉁명스런 말을 내뱉는 늙은이는 
내가 봐도 싫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약사인 듯한 남자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활명수 한 병을 꺼내 던지듯 
앞에 내놓았습니다. 
내가 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네줄 때였습니다.
  
“이 안에서는 약 못 먹습니다. 
나가주세요.”
  
손님에게 안내나 설명을 
하는 게 아니라 내쫓듯 하는 
태도같이 느껴졌습니다. 
구걸하러 온 거지에게라도 
그렇게 하면 안될 것 같았습니다. 
나는 약국 유리문을 밀고 나와 
거리에서 활명수를 마셨습니다. 
그리고 방금 마신 그 빈병을 
버릴 데가 없었습니다. 
다시 약국문을 열고 들어가 
그 남자에게 물었습니다.
  
“이 빈병을 약국안 쓰레기통에 
버려도 되겠습니까?” 했더니,

“버리세요.”
그가 퉁명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속에서 슬며시 불쾌한 기운이 
솟아 올랐습니다. 
싸구려 약 한 병을 팔더라도 
고객에게 그렇게 불친절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늙어가는 법'’이라는 책을 쓴 
한 여성 노인의 글이 떠올랐습니다. 
늙어서는 
젊은 사람이 불손(不遜)하거나
화를 내더라도
항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굼띠고 
둔하고 
추해진 
늙음을 받아들여야지 
항의하는 것 자체가 
그 자신이 모자라는 걸 
증명하는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젊은 사람이 
불쾌한 태도를 취하거나 
그와같은 말을 하더라도 
그건 그 사람의 교양 부족과
모자라는 인격(人格)이기 때문에 
구태여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이 불현듯 머리에 스쳐가자
나는 참고 약국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뭔가 궁금해서 
그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다시 약국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서 물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뭔데요?”
  
“약국에서 내가 약을 샀는데 
왜 약국안에서 약을 먹는 게 안되고 
길거리 나가서 먹어야 합니까?”
  
“생각해 보세요! 약을 먹으려면 
마스크를 벗어야 하잖아요? 
그러면 병균이 쏟아지잖아요.”
  
그에게 늙은 나는 
세균 덩어리로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나는 대충 이해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만 강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만약에 약국에 
젊고 예쁜 여자가 왔거나 
비싼 약을 사가는 젊은 사람들한테도 그렇게 불친절하고 
싫은 표정을 지었을까?라고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에이지즘(Ageism)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늙은 사람을 
더럽고 
둔하고 
어리석게 느껴 
혐오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카페나 음식점에 가서 보면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표정을 짓는 
주위의 사람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나는 젊어 봤다. 
그리고 세월의 강을 흘러 
늙음의 산 언저리에 와 있습니다. 
나는 노인을 혐오하는 
일부 젊은이들의 단순하고 
짧은 생각을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들의 젊음이 
영원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독교의 경로(敬老)사상을 
실천해 보라고 강요하지 못해도
그들이 에이지즘까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들 역시 말입니다
곧,얼마안가서 늙을거니까 말입니다. 

[註]Ageism/''연령차별''을 일컫는말.
                     나이에 근거한 고정관념                     
                     이나 특정 연령층을 향한
                     배타적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