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夕/ 仲秋節/ 한가위]
■ 한 가 위 /최광림 ■
어머니,
오늘은,
당신의 치마폭에서 달이 뜨는 날입니다.
아스라한 황톳길을 돌아
대 바람에 실려온 길 잃은 별들도
툇마루에 부서지는 그런 날입니다.
밀랍처럼 곱기만한 햇살과
저렇듯 해산달이 부푼것도
당신이 살점 떼어 내건 등불인 까닭입니다.
새벽이슬 따 담은
정안수 한 사발로도
차례상은 그저 경건한 풍요로움 입니다
돌탑을 쌓듯
깊게 패인 이랑보다
일흔 해 서리꽃 피워내신 신앙같은 어머니.
다만 살아온 날 만큼
당신의 고마운 치맛폭에
두 무릎 꿇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눈물 비친 웃음 한 소절
입김으로 펄펄 날리며
모두가 오래도록 그랬음 정말 좋겠습니다.
■ 한가위의 오늘밤 /박목월 ■
달을 보며 생각한다.
마을 마다, 집집 마다
한가위의 오늘 밤
달을 보는 어린이들.
한라산 기슭에도
태백산 골짜기 두메 산길에도
오늘 밤 달을 보는
어린이 어린이들
몇 명이나 될까
헤아릴순 없지만
오늘 밤 달을 보는 어린이 어린이들.
성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달빛에 빛나는 하얀 이마
달빛에 빛나는 까만 눈동자.
모르는 그 누구도
달을 보면서
오늘밤 달을 보는
나를 생각할까 ?
모르는 그 누구도
달을 보면서
오늘밤 달을 보는 내게로
따뜻한 마음의 손을 내밀까?
그야 모르지
그야 모르지만 오늘밤
달을 보는 모든 어린이들이
어쩐지 정답게 느껴진다.
언제 만날지
어떻게 사귀게 될지
그야 모르지만 오늘밤
달을 보는 나는 따뜻한 마음의 손을
서로 잡고 있는것 같다.
(* 오늘밤 달이 뜬다면 여기 저기서 저 달을 보고 있는 사람들끼리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될 것이다.
저 달을 꼭지점으로 두고 밑변의 양쪽 점에서 서로 보진 못해도 둘이서 정과 소식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달을 향해 사연과 정을 보내면 저 달이 그것을 상대에게 그대로 전해줄 것이다. 저달을 중개자로 삼아 우리 서로 만나서 못다한 좋은 마음들을 마음껏 나눠보자./H.T.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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