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편지] 현금 수송차는 장의차를 따르지 않습니다
언젠가 장례 행렬을 가만히 지켜본 적 있으신가요? 고인을 추억하는 검은 차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지지만, 유독 그 대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차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육중한 철판으로 둘러싸인 현금 수송차입니다. 맥도날드 제국을 건설한 레이 크록은 이 당연한 사실을 꿰뚫어 보는 통찰로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나는 현금 수송차가 장의차를 뒤따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쉰둘의 나이에 프랜차이즈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세계를 정복한 사업가입니다. 오늘날 맥도날드는 전 세계 약 120개국에서 40,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액은 250억 달러 이상에 이릅니다.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마저 ‘경영 기술의 극치’라 극찬했던 그였지만, 성공의 정상에서 그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겁니다.
아무리 거대한 부를 쌓아도, 마지막 길에는 단 한 푼도 가져갈 수 없다는 인생의 본질을 말입니다.
그가 남긴 말이 단순한 명언을 넘어 살아있는 철학이 될 수 있었던 건, 그의 아내 조앤 크록 덕분이었습니다. 남편이 떠난 후, 조앤은 그와 함께 쌓아 올린 막대한 부의 진정한 주인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그 돈을 개인의 금고에 쌓아두는 대신,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흘려보내는 위대한 청지기의 삶을 선택했습니다.
그 시작은 1998년,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구세군에 당시 약 1,100억 원을 기부한 일이었습니다. 구세군 133년 역사상 전례 없는 규모의 기부였지만, 사실 이것은 거대한 나눔의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2003년, 조앤은 세상을 떠나며 남긴 유언으로 전 세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합니다. 자신의 전 재산 중 무려 15억 달러, 우리 돈 2조 원이 넘는 돈을 구세군에 남긴 것입니다. 이 경이로운 유산은 미국 전역에 26개의 ‘크록 센터’를 세우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가난을 구제하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책을 읽고, 수영을 배우고, 악기를 연주하며 꿈을 키우는 희망의 요람이었습니다. ‘가장 빠른 음식’으로 부를 쌓은 남편의 유산이, ‘가장 느리고 깊은 투자’인 사람을 키우는 일에 쓰인 것입니다.
물론, 레이 크록이라는 인물은 복합적입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일요일에는 ‘하나님, 가정, 맥도날드’를 믿지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그 순서가 뒤바뀐다.”라고 고백했는데 ‘신앙의 사적(Privatized Faith)’ 영역의 한계로 창업자인 맥도날드 형제에게서 사업권을 빼앗다시피 한 그의 냉혹한 사업 방식은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됩니다. 그를 처음부터 개인의 믿음이 공적 생활에도 영향을 미친 ‘청지기 정신’의 표상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하지만 그의 삶이 조앤이라는 동반자를 만나면서, 차가운 성공 신화는 뜨거운 나눔의 이야기로 완성되었습니다. 설령 그 시작이 완벽한 성인의 모습은 아니었을지라도, 그들이 일군 부의 마지막 여정은 ‘어떻게 나눌 것인가’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질문임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크록 부부의 이야기는 오늘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진정한 부란 무엇이며, 인생의 성공은 어떻게 측정되는가. 그들의 삶은 부가 축적 그 자체에 있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고 흘려보내는가에 따라 그 의미와 가치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언젠가 썩어 없어질 것을 영원한 가치와 바꾸는 지혜, 그것이야말로 세상 가장 위대한 투자 아닐까요? 수의에는 현금 수송차를 담을 주머니가 없습니다.
수천 년 전, 예수님의 외침이 이들의 삶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들려오는 듯합니다.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 거기는 좀과 동록이 해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고 도둑질하느니라.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거기는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둑질도 못하느니라. 네 보물이 있는 그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마6:19-21)
열린편지/열린교회/김필곤목사/202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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