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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문과 여백

거짓 없는 진실 2023. 9. 14. 17:10

우리 모두다가 여유로운 조상의 맘으로 함께 사십시다.
다함께 두루두루 믿고 또믿고 사랑합니다

 ○샛문과 여백 
"도둑은 잡지 말고 쫓으라."는 말이 있습니다. 

경행록에도 "남과 원수를 맺게 되면 어느때 화를 입게 될지 모 른다."라고 했고 제갈공명도 죽 으면 서 "적을 너무 악랄 하게 죽여 내가 천벌을 받는 구나..." 라고 후회하며 "적도 퇴로를 열 어주며 몰아붙여야 한다."는 말 을 남겼습니다.

내가 어렸을때 시골집에 는 대문이 있고 뒤쪽이나 옆모퉁이에 샛문이 있는 집이 많았습니다. 
우리 집에도 뒤뜰 장독대 옆에 작은 샛문이 하나 있어서 이곳을 통해 대밭 사이로 난 지름길로 작은 집에 갈수 있어서 자주들 드나 들었습니다.

이 샛문은 누나들이나 어머니가 마실을 가거나 곗방에 갈때나 그러니까 어른들 몰래 드나 들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어른 들 의 배려였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옛날 어른들 은 알면서도 눈감아 주고 속아준 일이 많았던것 같습니다. 
이것은 "마음의 여유"이 고 "아량"이었을 것입니 다. 

제가 열세살 때의 일입 니다. 
황금 물결 넘실거리던 가을의 들녘은 추수가 끝나자 삭막하였 지만 넓은 마당은 다니기 조차 도 어려울 만큼 나락 베눌 (낟가리) 로 꽉 차 있었습 니다. 

하늘 높이 쌓아놓은 나락베눌은 어린 우리들 이 보기에도 흐뭇했 는데 여름내내 땀흘리며 고생 하셨던 어른께서는 더욱 그러하셨 을 것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신나게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습 니다. 늦가을 어느 날 타작을 하 며 나락을 마당에 쌓아놓고서는 가마니로 덮어 놓았습 니다.

다음 날 아침 어수선한 소리에 나가보니 거위 한마리가 목이 잘린채 대문 앞에 죽어 있었습 니다. 
원래 암놈 거위는 목소리 가 크고 맑아 소리를 쳐서 엄포 를 놓거나 주인에게 구호 요청 을 하고 숫놈 거위는 허스키한 목소리 를 내며 괙괙 소리를 지 릅니다. 
목을 길게 빼고는 날개 를 치면서 덤벼들어 물어뜯 는 고약한 성질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네 아이들이 무서워서 우리 집에는 얼씬도 못했습니다. 웬만한 개보다도 사나워 집지키 기에는 안성맞춤 이었습니다. 
그 무렵은 식량이 귀하던 때라 도둑이 많아 개나 때까우(거위) 를 키우는 집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날 밤 에 도둑 이 든 것입니다. 
때까우가 도둑놈의 바짓 가랑이를 물자 낫으로 목을 후려쳐서 죽이고 나락을 퍼담아 가지고간 것입니다.

그날밤은 초겨울 날씨로 바람이 몹시 불고 추웠 습니다.
마침 싸락눈이 내려 발자 국이 눈위에 선연하게 나타나 있었습니다. 
나는 아버지 뒤를 따라 강 아지 마냥 종종걸음으로 쫓아갔 습니다. 
발자국은 고샅(마을의 좁은길)을 지나 맨꼭대기 오두막집으로 이어져 있 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아무 말없이 뒤돌아서 발자국 을 지우며 내려 오시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아버지는 호랑이 같이 무섭고 급한 성격 이라 당장 문을 박차고 들어가 도둑의 덜미를 잡고 끌어내서 눈밭에 팽개치거나, 동네 사람들 을 모아놓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멍석말이라도 했 어야 했습니다. 
아니면 경찰서로 끌고가 서 곤욕을 치르게 하거나 형무소를 보냈음직한데 아무 일 도 없었던 것 처럼  뒷짐을 지고 돌아 오셨습니다.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이런 짓을 했을 라고..." 

어린 소견이었지만 여름내내 불볕 더위 속 에서 땀흘리며 농사 지어 탈곡해 놓은 나락을 훔쳐 간 도둑을 당장 요절이 라도냈어야 평소 아버지 다운 위엄이 설 것 같았 습니다.

저는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야 아버지의 깊은 뜻을 조금이나마 헤아 릴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마음의 여유" 이고 "지혜"라는 것을! "도둑은 잡지말고 
쫓으라"는 말씀도 함께 말이지요. 

그 날 이후 H씨는 평생 토록을 원망과 원한 대신 에 나락 한가마니 빚을 지고 아버지에게 그 은혜 를 갚기위해 우리집에서 살다시 피하며 궂은 일도 마다치 않고 도맡아 했습 니다.

아버지께서는 가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세상 일은 꼭 생각같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치나 원칙만으로 해결 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이 있다. 남의 사소한 실수 같은 것을 덮어주지 못 하고 몰아세우고 따지는 우를 범하지 말아라. 사람을 비난할때도 상대 방이 변명할 수 없도록 무차별 공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상대방이 달아날 구멍을 항상 조금은 남겨 놓아 라..."

현대를 사는 우리도 "샛문"과 "여백"의 아름다움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동양화에서 여백은 무한 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 니 다. 
이 여백은 보는 이의 몫 으로 구름,새,꽃,나아가 보이지 않는 바람까지도 그려넣을 수가 있는 "여유의 공간"입니다.

우리는 수묵화의 넉넉함과 아름 다움을 즐기면서도 자신의 마음 을 비우는데는 인색 합니 다. 
항상 위만 쳐다보고 달려 가다보니 고달프기도 하고 외롭습니다 "적정한 소유가 마음의 평안을 주고 여유를 가진 삶이 풍요를 누린다."는 진리를 우리는 대부 분 상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너무 완벽하고 철두 철미 한 사람은 타인이 접근하기가 부담 스럽고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합 니다. 
공자는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수없는 것처럼 사람도 남의 옳고 그른 것을 계속 살피 다보면 친구가 남아있지 않는다
.'고 했습니다. 
약간 엉성하고 빈 틈이 있어야 함께 어우러지 기도하고 서로 동화되기 도 한다는 그 사실이 새삼 스럽게 다가 옵입니다.

"돈을 귀히 여기는 자는 재물을 가지나, 사람을 귀히 여기는 자 는 천하를 얻는다" 라는 말이 있 습니다... 
기쁘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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