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나를 지켜준 시 시장에서 30년째 기름집을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고추와 도토리도 빻아 주고, 떡도 해 주고, 참기름과 들기름도 짜 주는 집인데, 사람들은 그냥 기름집이라 합니다. 그 친구 가게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있습니다. 달력? 가족사진? 아니면 광고? 궁금하시지요? 빛바랜 벽 한 가운데 시 한 편이 붙어 있습니다. 그 시가 윤동주의 입니다. 시장에서 기름집을 하는 친구가 시를 좋아한다니? 어울리지 않나요? 아니면? 어느 날, 손님이 뜸한 시간에 그 친구한테 물었습니다. "저 벽에 붙어 있는 윤동주 '서시' 말이야. 붙여둔 이유가 있는가?" "으음, 이런 말 하기 부끄럽구먼." "무슨 비밀이라도?" "그런 건 아닐세. 손님 가운데 말이야. 꼭 국산 참깨로 참기름을 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