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落花/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편 지 / 윤동주 ■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 사람은 사랑할 때에 모두 시인이 된다.
그리운 사람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을 때 최고로 높아진 감수성을 갖고 누구나 시인이 된다.
자기가 쓰지 못하면 남의 것을 훔쳐서라도 좋은 시를 나누고 싶어한다.
그래서 시는 영원히 존재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시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를 쓰는 사람은 시인이고 시를 읽는 사람은 철학자다
정말로 그런것 같다
그대, 시인이 되려나 ? 철학자가 되려나 ?
둘 다 아니라면 우리 함께 인간이라도 되자. / H. T. K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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