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속(約束)
1311년 프랑스 필립왕은 프랑스 안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에게 이런 포고령을 내렸다.
“2일 안에 프랑스를 떠나지 않으면 사형이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2일 안에 자기 집이나 가구나 논밭을 도저히 팔 수가 없었다.
결국 프랑스 안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은 사형을 당하지 않기 위해 급히 떠나기에 바빴다. 만일 귀금속이나 돈이 있어도 가지고 가다 들키면 빼앗기는 것은 물론이고 사형이었다.
맨몸으로 도망치듯이 프랑스를 떠나야 했다.
그 때 파리에서 보석상을 하는 유대인이 있었다. 그는 파리를 떠나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 옆집에 살고 있는 기독교인은 하나님을 믿고 있기에 좋은 사람이고 양심적인 사람이다.
그에게 모든 보석을 맡기자. 언젠가 다시 돌아올 날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는 우리에게 돌려줄 것이다. 그는 매우 양심적이고 좋은 사람이다.”
그리고는 자기 보석가게에 있는 보석들을 모두 그 기독교인에게 맡겼다.
기독교인은 이렇게 말했다.
“다시 돌아오면 반드시 돌려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여 망명길에 올랐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필립 왕도 세상을 떠났다.
유대인들에 대한 박해도 완화됐다. 그 때 떠났던 유대인들이 하나 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보석상인도 돌아오는 대열에 끼어 있었다. 보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었다.
그는 제일 먼저 보물을 맡겼던 이를 찾았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는 이미 다 늙은 노인이 되어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그래서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그 노인은 전 재산을 다 날렸다. 사업이 안 되어 집도 팔아 버리고 어디론가 떠났다는 것이다.
절망적이었다. 자기가 맡긴 보물을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러나 끝까지 추적하여 보기로 했다. 드디어 그가 살고 있는 집을 찾았다. 가서 보고는 더 절망스러웠다.
가난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굶주림과 추위에 덜덜 떨고 있었다. 마치 해골과도 같은 몰골이었다. 그는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몸은 쇠약할 대로 쇠약하여 죽음 직전이었다. 살아있는 송장과 같았다. 그는 나무상자 위에 앉아 있었다.
유대인이 들어서자그는 그를 알아보고 놀라면서 반가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 당신의 보물이 있소. 소중히 간직하며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예상하지 못하였던 일에 유대인은 놀라서 물었다.
“어떻게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내 보물을 보관하셨습니까?
당신 재산은 다 잃어버렸으면서 내 보물은 어떻게 이 상자에 그대로 가지고 계십니까?”
그 할아버지가 말했다. “내 것이 아닌 데 어떻게 손을 댈 수 있겠소? 여러 번 삶에 절망하여 회의를 느끼며 자살하고 싶었었지요.
그러나 죽고 싶어도 당신에게 이 보물을 돌려 드려야 하기에 죽지 못하였소. 내가 이 보물을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요?
나는 내가 한 약속을 잊지 않고 당신을 기다리느라 죽지 않았소. 자! 받으시오.”
그는 깔고 앉아 있던 보물 상자를 내밀었다. 유대인은 깊은 감동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할아버지! 이제 과거를 잊으십시오. 이제 축복만 남았습니다.
이 보물의 반은 할아버지의 것입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내 식구입니다. 이 보물을 같이 쓸 분명한 나의 식구입니다. 과거를 잊으십시오.
지금부터는 나와 행복한 미래만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영원한 식구로 함께 살았다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다...
"계포일낙(季布一諾)"이란 말이 있습니다. 계포의 약속, 즉 한번 약속하면 반드시 지킨다는 의미입니다.
약속은 지킬 때 한없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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