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민주당에게 탈북은 배신인가

거짓 없는 진실 2023. 9. 15. 18:51

민주당에게 탈북은 배신인가

"본인은 엄청 억울했던가 보지." 9월 7일 오전, 탈북자 출신의 국회의원 태영호에게 이재명 대표가 한 말이다. 태 의원이 단식 중인 이재명에게 찾아간 이유는, 자신을 가리켜 쓰레기라고 한 박영순 민주당 의원을 징계해 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문제의 발언이 나온 건 전날 있었던 대정부질의에서였다. 태영호가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를 정치적 호재로 활용하는 정치 세력은 사실상 북한 노동당, 중국 공산당, 대한민국 민주당뿐"이라고 말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고성을 질러댔는데, 그때 박영순이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네"라는 말을 한 것이다. 한 인간에게, 그것도 국민이 보는 대정부 질의 도중 ‘쓰레기’ 운운하는 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더구나 국민의 대표라는 이가 그런 말을 했다면, 사과는 물론이고 당 차원의 징계도 있어야 한다. 게다가 박영순은 태영호도 그런 취지의 발언을 한 적 있다며 사과를 거부하는 찌질함도 보여주고 있으니, 이런 이의 징계를 당대표에게 요구하는 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정상적인 당대표라면 자리를 내주고 그 하소연에 귀를 기울여줘야 하건만, 이재명은 자기 호위무사들이 "빨갱이 꺼져라"는 말과 함께 태 의원을 끌어내는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억울했나 보지’라는 말을 한 것은 사태가 수습된 그 이후였는데, 그 뒤 지금까지도 민주당 인사 그 누구도 이 사태에 대한 사과가 없는 것을 보면 ‘쓰레기’란 표현은 민주당의 진심이라 할 수 있다.

이게 괜한 추측이 아니라는 건 민주당 당직자인 조승현이 시사프로에서 한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그가 한 말을 보자. "공산당 부역자 이 부분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조금 이해는 가는 측면이 있어요. 왜냐하면 지금 어쨌든 태영호 의원이 북한에서 사실은 탈북자라고 하지만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정권 할 때 정말 충성을 다해서 성공했던 엘리트 아닙니까?" 태영호는 영국의 북한 공사로 근무하던 중 망명한 분, 우리가 저절로 얻은 대한민국 국적을 그는 노력해서 쟁취한 것이다. 그가 북에서 태어난 것도, 그 사회에서 노력해서 고위직에 오른 것도 그 자체로 잘못이라 할 수 없다.

그런 그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위해 대한민국에 왔다면, 그건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북한 체제가 싫다고, 가족이 위험에 빠지는 걸 감수하며 우리나라로 온 이가 ‘빨갱이’이고 ‘쓰레기’인가? 아니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온갖 혜택은 다 누리면서 한미관계를 이간질하려 애쓰고, 간첩에게 보좌관 자리를 주고, 조총련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국회의원 자격으로 참여하는 이가 쓰레기인가?

어쩌면 북한에 대한 민주당의 인식은 2012년 민주당 의원이던 임수경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당시 임씨는 자신을 알아보고 사인을 받으려 찾아왔던 탈북자에게 "변절자 XX"라고 했었잖은가? 이뿐만이 아니다. 문정복 의원도 2020년 태영호의 대정부 질문에 대해 "변절자의 발악으로 보였다"고 SNS에 썼고, 현역의원 윤모씨와 그 남편은 류경식당에서 일하다 탈북한 이들에게 재월북을 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벌어진 탈북어부 두 명의 북송은 그 하이라이트, 이런 과거를 본다면 박영순이 태 의원에게 ‘쓰레기’라고 한 것은 돌출발언이 아닌, 원래부터 있던 신념의 발현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우리나라에 온 탈북자들이 상처받는다는 점이다. 안그래도 탈북자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사회에서, 제1당의 의원이란 자가 대놓고 ‘쓰레기’라고 한다면 그들의 마음이 어떻겠는가? 평소 알고 지내던 탈북자 한 분의 말을 여기 옮긴다. "탈북자들 대부분이 보수를 지지하지만, 걔중에도 민주당 지지하는 분들이 있어요. 근데 그 사람들도 김정은은 엄청 싫어하거든요. 김정은은 아니다, 라고 생각해 목숨을 걸고 넘어온 사람들이잖아요. 이런 사람들에게 쓰레기라고 하는 건 해도 너무한 거죠."

박영순·조승현·문정복·임수경 등등아. 대한민국이 좋아서 온 탈북자들을 욕하지 말고, 니들이 북한으로 가는 게 어떻겠니? 가는 김에 느그 당대표도 데리고 가면 더 좋고.

출처 : 자유일보(https://www.jayu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