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분당" 공식 언급…야권 '호남 쟁탈전' 신호탄 터졌다
5선 국회의원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분당’(分黨)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민주당 내분 사태가 점차 표면화되고 있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여전히 물밑에 있지만, 정치권에선 민주당 내 이재명계와 이낙연계 간 분당과 함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신당’, 금태섭 신당·양향자 신당 등이 내년 총선의 변수라는 얘기가 나온다. 일단은 호남을 두고 각 계파별 또는 호남지역에서 당선을 노리는 야권 정치인들 간에 이 지역 쟁탈전 신호탄이 터졌다는 평가다.
이상민 의원은 지난 3일 YTN 라디오 ‘신율의 정면승부’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정치행보를 좀더 가열차게 해야 한다"라고 주문하며 "이재명 대표 쪽은 이 전 대표를 빨리 만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금 (민주당 내) 갈등이 어디까지 갈 거라고 보나"란 진행자 질문에 "때로는 도저히 뜻이 안 맞고 방향을 같이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하고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이어 "유쾌한 결별은 분당을 말하나"란 진행자 지적에 "그렇다"라고 동의하면서 "여러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 뜻이 다른데 어떻게 어떻게 같이 한 지붕에 있을 수 있겠나"라고 답했다. 본인이 말한 ‘분당’의 형태가 ‘여러가지’ 모습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우리 당만 그런 게 아니라 국민의힘도 마찬가지 아니겠나"라며 묘한 암시를 남겼다.
친이낙연계는 이상민 의원의 ‘분당’ 발언을 두고 일단 신중모드에 돌입했다. 지난 4일 친낙계 이개호 의원은 "유쾌한 결별은 없다. (이상민 의원 발언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개호 의원은 "민주주의 정당에서 갈등은 없을 수가 없는 것"이라며 "결별이니 분당이니 하는 얘기는 당내 분위기는 전혀 반영하지 못한 얘기"라고 분당설을 일축했다. 윤영찬 의원 역시 "여러가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그게 오래 간 적은 없다"라며 분당설에 거리를 뒀다.
이재명 대표를 지원하고 있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곧바로 견제구를 날렸다. 박 전 원장은 이미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를 만나지 않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박 전 원장은 5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이상민 의원의 "한지붕에서 뜻이 맞지 않는다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나 (분당) 한번 해봤지 않나. 분당하고 싶은 사람은 박지원이한테 물어보고 해라"면서 "물어보면 ‘나가면 얼마나 춥고 배고픈지 한번 해봐라’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민주당 당원과 국민들은 ‘민주당 단합, 강한 민주당이 돼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원장은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선 "윤석열 정부가 이 모양 이 꼴인데 지금 한가하게 왜 돌아다니냐"며 "누구를 만나는 것도 좋지만 국민과 민주당 당원들은 양 이씨가 빨리 손 잡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대여투쟁을 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앙정계에서 친낙계와 친명계가 이처럼 분당설을 부인하는 것과는 달리, 지역 정가에선 노골적으로 ‘혁신신당’을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이용섭 전 광주시장은 지난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 출입 광주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민주당 혁신위원회를 지켜보고 있다"며 "당 내부에서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누구에게 책임이 더 많냐 하는 식으로 책임 전가하는 식의 행태가 계속된다면 아마도 혁신 신당의 출현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현직 의원이 아닌 이용섭 전 시장이 굳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 올라와 지역 기자들과 만나 이처럼 ‘신당’ 얘기를 꺼낸 것이 심상치 않다는 평가다. 이 전 시장은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하고, 상대는 친명계인 민형배(광주 광산을) 의원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정가에선 친명계와 친낙계는 물론 야권 제3당을 노리는 다른 세력들도 진영 분열에 대한 책임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일단 눈치를 보고 있는 단계란 평가다. 결국 이낙연 전 대표의 결단이 사태를 판가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 전 대표가 귀국 후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 순으로 행보를 한 것은 결국 호남의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앞세워 호남을 결집해보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정신의 전면적 복원을 내걸고 이재명 대표와 차별화를 한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단순한 이미지 차별화로는 호남의 민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당권을 둘러싼 이전투구 논란에 휩싸이는 걸 피하는 게 당면과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 자유일보(https://www.jay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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