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망구(望九)의 언덕을 지나고 나서

거짓 없는 진실 2023. 12. 16. 14:48

 망구(望九)의 언덕을 지나고 나서
-----------------------------------------------
  
경상도 어느 시골에 
구순(九旬)이 다 된  할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는 두살 아래의 아내를 승용차에 태우고, 
마을 저수지에 차를 몰아 
동반 자살을 했었다는 
안타까운 보도(報道)가 있었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경북에서 최대의  사과농장을 경영하고 있었으며 
자식도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왜? 아내와 
동반자살을 했을까요? 
만약에 자기가 아내 보다 먼저 죽으면,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의 수발을 자식에게 맡길수 없다는 판단(判斷)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유서(遺書)에 
''미안하다. 너무 힘이 든다. 
다시 못본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다. 내가 죽고 나면 너희 어머니가 요양원에 가야 하니 내가 
운전할 수 있을때 같이 가기로 했다.''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식과 손자들 이름을 적으며
작별인사에 자살만이 🍎자신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길이라고 할아버지는 판단한 것입니다.

그런 결심을 하기까지는 
하루 이틀 생각하고 내린 판단은 
아닐 것입니다.

그 당시 노부부의 비극적 뉴스를 들으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결코 남의 일로만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일것입니다.

지금은 무심한 세월의 파도에 밀려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은 하나 둘씩 불귀(不歸)의 객(客)으로 
순서없이 사라져만 가고,

눈은 어두워지고 
귀는 멀어지고, 
치아는 성한 데가 없고 
다리에는 힘이 빠지고, 
어깨는 결리고 
정신은 깜박거리는 
황혼길도 한참입니다.

내게도 몇년 후면 닥칠 
망구(望九)의 문턱에 오르겠지만, 
지금도 친구 소식은 나날이 줄어들고 우편으로 전해오는 것은 
광고지나 불필요한것들 뿐이고,

걸려오는 전화는 
보험에 들라는 등 알아듣기도 힘든 아가씨의 속사포가 
귓전을 때릴 뿐입니다.

정작 기다리는 친구들이나 
지인의 안부는 줄어들기만 합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힘든 세월 용케도 견디며 
자식들 그런대로 잘 길러 
부모의 노릇 어느정도 이루면서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는 
더 바랄 것도 없고 행복합니다.

남은 세월만큼은 후회없이 
살다가야 할 터인데 하는 
그런 생각뿐입니다. 
앞으로 가는 길에는 여기저기 미궁(迷宮)의 함정(陷穽)이 놓여 있어 언제나 빠질 수 있는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앞길만이 가로놓여 있을뿐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소리없이 훌쩍 떠날 적에 
아무것도 가져갈수 없는 빈손이요, 동행(同行)해 줄 사람 하나 없는 
외로운 길이 보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남은 날들 살아 가면서 
"당신이 있어 나는 참 행복 합니다.'' 
라고 진심으로 얘기 할수 있는 
소중한 아내와 아름다운 대화나누고,

걷고, 담소하고, 
때가 되면 커피 한잔 나누며 보내는 
은빛 단풍으로 물든 황혼의 인생,

아름답게 가꾸고 남은 
인생 여정(旅程)에 부디 부디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노력하고,
후회없이 살다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벗들이여! 친구들이여! 아프지 말게!

카톡펌글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곡; 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0) 2023.12.16
고칠병(病)과 고질병(痼疾病)  (0) 2023.12.16
내 나이 값  (0) 2023.12.16
心好不如德好심호불여덕호  (0) 2023.12.15
요양원 안가는 방법  (0) 2023.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