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한국인이 모르는 조선족의 정체성>

거짓 없는 진실 2023. 5. 18. 09:57

<한국인이 모르는 조선족의 정체성> 

-김문학 (일본-중국-한국 국제 문화 연구원장).

최근, 『조선족의 종말; 중공의 조선족 그리고 한국인』이라는 책의 원고를 탈고했다. 이 책은 중국공산당 체제하에서 동화 · 소멸되어 가는 
조선족 사회의 정치, 문화, 문학, 정신구조를 분석했다. 조선족 사회의 각종 결함과 병폐 그리고 중국 공산당에 충성하는 얼치기 중국인의 민 
낯을 고발했다.

나아가, 한국은 70만 명에 달하는 재한 조선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포섭할 것인가 하는 나름의 방법론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필자는 조선족 출신이지만, 나름의 사명감으로 조선족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해 왔다.

조선족, 그들은 누구인가? 그동안 한국 정부는 조선족을 같은 동포와 겨레로 간주해서 적극적인 포용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조선족은 한국인과 접촉하면서 오히려 자신들의 정체성을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조선족, 그들은 핏줄은 같아도 한국인의 인식 범주를 벗어난 이질적인 집단이다. 표피를 벗기면, 그들의 내실은 중국인의 정체성 임이 드러난다. 
한마디로, 한국인의 입장에서 조선족은 동근이과(同根異果)의 타자일 뿐이다.

문화 인류학에서 ‘민족’이란 일정한 양식의 민족의 문화를 공유하는 집단을 가리킨다. 그런데 4~5세대에 걸쳐 외국 현지에 거주하게 되면, 
새로운 다른 민족으로 변질하고 만다. 조선족도 이미 6세대에 걸쳐 중국에 거주했기 때문에 오늘의 한국인과는 엄연히 다른 민족성을 갖고 말았다.

그들은 조선말을 구사하고 김치를 먹으며 아리랑을 부르는 중국인이다. 

정체성이 다르면, 동포라는 의미를 상실하기 마련이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재한 조선족은 70만1098명에 달한다. 이들은 절대 다수가 농민과 노동자 출신으로 전체적으로 지식과 교양이 부족한 집단이다. 

물론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교원도 있지만, 그 숫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2011년 건국대학교 박영규 교수의 연변조선족 대상 앙케트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조국’을 중국이라 답변한 사람들은 91.1%를 기록했던 반면, 북한이라 대답한 사람은 4%, 한국이라 대답한 사람은 겨우 0.3%에 불과했다. 바꾸어 말하면, 절대 다수의 조선족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중국인’이라 관념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조선족의 가치관과 정신을 지배한 것은 중국 공산당의 사고와 행동양식이다.

조선족이란 명칭은 중국 공산당이 명명한 것이다. 필자는 이 명칭이 늘 석연치 않게 생각해 왔다. 그렇다면, 조선족 내부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중국 공산당 연변 조선족 자치주 위원회 연구실 주임, 중국공산당 용정시 부서기, 연변 사회과학 원장을 역임한 김종국은 자신의 정체성을 이렇게 자랑스럽게 토로한 적이 있다.

“해외에서 사는 조선인들 가운데서도 유독 중국의 조선족만이 그 대다수가 마음속으로부터 자기는 중국인이고, 조선족은 중화민족 대가정의 일원이며, 중화 인민 공화국이 자신의 조국이라 생각한다.”(『세기 교체의 시각에서 본 조선족』, 연변 인민 출판사)

더구나, 김종국은 조선족의 ‘사상과 가치관’에 대해서도 “조선족은 대부분 마르크스 · 레닌주의와 모택동 사상을 신앙하며, 사회주의에 대한 신앙을 수립하고 또 그것을 견지하고 있다”(논문, 「중외 조선민족의 차이점」)고 떠벌렸다. 완전히 모택동 사상에 물들어버린 중국인의 민낯이다.

필자는 조선족 엘리트, 지식인, 기층 간부들 가운데 중국 공산당 당원이 아닌 사람이 극소수이며, 농민과 근로자들도 살아가는 지혜의 일환으로 
중국 공산당에 입당하고 또한 자발적으로 중국 공산당에 충성하는 등 ‘중공 문화’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보고 있다.

중국 공산당 체제하의 조선족은 55개 소수 민족 가운데서도 ‘자발적 복종자’의 최고 우등생 집단이다. 위구르족, 티벳족, 몽고족까지도 중국 공산당에 반기를 들고 거센 민족주의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조선족 170만 명 가운데 감히 중국 공산당의 조선족 동화정책에 반발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다들 얼치기 중국인들이요, 겁쟁이들 뿐이다.

그 가운데 특히 조선족 간부들은 한나 아렌트의 지적과 같이 ‘악의 평범성’을 실천하는 모범생들이다. 학자와 지식인 99.9%는 중국 공산당의 어용(御用)과 준(準)어용 혹은 얼치기 중국인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민족문화의 상징으로서 문학도 마찬가지다. 조선족 문학인들도 중국 공산당 체제에 영합해서 중국 공산당을 찬송하는 어용 나팔수를 자처한다. 홍색 
문학(紅色文学; 중국 공산당을 찬미하는 문학)에 투신해서 돈벌이 하는 작가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2021년 7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경축하는 모임을 열었던 재한 조선족의 경이로운 작태를 ‘중국 동포’라는 사이트의 동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조선족은 중국 공산당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혹은 “중국은 우리의 조국이다”라고 당당하게 선언하고 있다.

한국인이나 정부가 막연히 동포로 믿기엔 조선족이 너무 멀리 와 버렸다. 필자의 체험에 따르면, 약 8~10만 명의 재일 조선족은 재한 조선족보다 지식인이 월등히 많다. 하지만, 그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중국 공산당의 사고 틀에 긴박(緊縛)되어 있다. 해외 조선족이 해당국의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것도 중국 공산당의 가치관에 깊이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2023년 6월 윤석열 정부는 새롭게 ‘동포청’을 설치한다고 한다. 필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조선족 정책과 관련해서는 조선족의 정체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섣부른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 국민으로서의 허들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지혜로운 
‘조선족 포섭 전략’을 모색해 주기를 기대한다.


-김문학 (일본-중국-한국 국제 문화 연구원장).

카톡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