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편지] 낡은 지도로는 새로운 세상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칠흑 같은 밤, 초행길 운전. 분명 내비게이션은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라고 말하는데, 눈앞에 펼쳐진 것은 가로등 하나 없는 낯선 숲길입니다. 등골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믿었던 지도가 나를 배신한 순간,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아마 대부분은 그 지도를 의심하고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할 겁니다.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와 연결되고 수천 명의 '친구'를 가졌지만,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깊은 고립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뉴스를 켜면 쏟아지는 전쟁과 갈등, 사건 사고, 재앙의 소식에 무력감만 깊어지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지만 마음은 늘 공허한 사람으로 거리가 매워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의사이자 사상가인 래리 도시(Larry Dossey)는 그의 역작 『원 마인드』에서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 기술이나 제도의 실패가 아닌, 손에 든 '현실 지도' 자체가 치명적으로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애초에 틀린 지도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분리의 지도’를 맹신해 왔다고 합니다. 지난 수 세기 동안 인류의 표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온 지도는 바로 '물질주의 과학'이었다고 합니다. 이 지도는 “우주는 의식 없는 물질의 거대한 기계일 뿐이야. 당신이라는 존재도 유전자로 조립된 로봇에 불과하고, 당신의 소중한 마음은 그저 뇌가 내뿜는 매연 같은 거야.”라고 속삭였답니다. 이 지도가 인류에게 엄청난 부와 편리를 가져다준 것은 사실입니다. 이 지도로 질병을 정복하고 달에 인류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영적인 세계를 동화의 세계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바로 세상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이 지도는 세상 만물에 날카로운 '분리'의 선을 그었습니다. '나'는 '너'와 철저히 분리된 존재이며,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는 정복자이고, '물질'과 '정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가르쳤습니다.
이 ‘분리의 지도’가 그린 세상은 참혹합니다. 자연을 '내 몸의 일부'가 아닌 '써도 되는 자원'으로 여기자,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강을 더럽히고 숲을 불태웠습니다. 다른 인종,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나와 다른 존재'로 여기자, 사람들는 서슴없이 미워하고 총을 겨눴습니다. 결국 '분리된 나'라는 섬에 갇힌 현대인은 내면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끝없는 물질 소비와 무한 경쟁이라는 끔찍한 경주에 스스로를 밀어 넣고 있습니다. 지금 겪는 불안과 우울, 전 지구적 위기는 모두 이 잘못된 지도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증상들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새로운 지도, ‘하나의 마음(One Mind)’으로 돌아가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이제 낡고 위험한 지도를 불태우고, 인류의 본래 모습이 그려진 새로운 지도를 펼쳐야 할 때라고 선언합니다. 그 지도의 이름은 바로 ‘원 마인드(One Mind)’이라고 합니다. 이 지도는 낡은 과학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를 허물고 더 높은 차원으로 안내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답니다. “사람은 우주에 홀로 던져진 외로운 존재가 아닙니다. 사람의 의식은 뇌라는 작은 연못에서 피어나는 아지랑이가 아니라, 우주 전체에 흐르는 거대한 '하나의 마음'이라는 바다와 연결된 파도입니다. 사람은 생물학적 기계가 아니라, 이 살아있는 우주의 본질 그 자체이며, 더없이 소중한 일부입니다.”
이것은 세상을 거꾸로 뒤집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합니다. 물질이 의식을 만든다는 낡은 관점에서, 근원적인 의식이 모든 물질 세계를 탄생시켰다는 새로운 관점으로의 이동입니다. 심리학자 카를 융이 말한 '집단 무의식'처럼, 우리 모두는 깊은 곳에서 하나의 거대한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새로운 지도 위에서 임사체험, 이타적 행동, 동물과의 교감 같은 현상들은 더 이상 설명 불가능한 '오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우주의 본질인 ‘연결성’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하고 소중한 ‘증거’가 된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의식은 뇌 안에만 갇혀 있는 국소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랑, 공감, 기도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비국소적 마음'을 통해 다른 사람, 심지어 다른 생명체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생각의 전환이 과연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그렇다’고 확신합니다.
아마존 열대우림이 불타는 뉴스를 보며 '안타깝다'고 느끼는 것과, ‘저 숲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라고 심장으로 느끼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후자의 자각, 즉 ‘원 마인드’의 지도를 가진 사람에게 환경 보호는 더 이상 번거로운 의무나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몸을 아끼고 돌보는 것처럼 지극히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행위가 된다는 것입니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틀려먹은 적'으로 보는 대신, '나와 같은 뿌리에서 나온 다른 가지'로 볼 수 있다면, 우리의 대화는 비난에서 이해로 바뀔 것입니다. ‘그들의 고통’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우리의 고통’만이 남게 되겠죠. 연민과 공감은 더 이상 애써 훈련해야 할 미덕이 아니라, 우리 본연의 상태로의 회귀가 됩니다.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인류가 진화의 거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는 소름 돋는 자각입니다. ‘분리’라는 낡은 지도를 붙들고 공멸의 길을 계속 걸어갈 수도 있고, 용기를 내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진실을 받아들여 ‘초월’이라는 의식 진화의 길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미래는 인공지능이나 화성 탐사 같은 외부의 기술이 아니라, 우리 내면 가장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인식의 혁명에 달려 있습니다. 어쩌면 인류에게 남은 가장 위대한 여정은 우주를 향한 탐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처음부터 단 한 번도 떨어진 적 없었다는 이 단순하고도 경이로운 진실을 재발견하는 내면으로의 귀향일지 모릅니다.
성경은 인간 존재를 개별적으로 고립된 섬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한 몸’으로 묘사합니다. 이 말씀은 ‘One Mind’라는 개념과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우리가 붙들고 있는 지도는 어떤 지도입니까? 분리를 전제하는 낡은 세계관입니까? 아니면 하나님의 말씀과 은혜로 그려진, 연결과 사랑의 지도를 펴고 살아가고 있습니까? 세상은 여전히 “분리”를 외치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하나” 되게 하시며, “연결된 존재”로 부르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라는 놀라운 진리를 믿고 살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가려면, 무엇보다 먼저 새로운 지도를 펼쳐야 합니다. 그 지도는 과학과 철학만으로는 다 그릴 수 없는 그림입니다. 성경은 이미 수천 년 전, 이 경이로운 연결의 비밀을 우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느니라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 (고린도전서 12:26-27)
열린편지/열린교회/김필곤목사/202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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