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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겸 손(謙 遜)

거짓 없는 진실 2023. 7. 5. 19:38

                                                                                                                                            
 1. 겸 손(謙 遜)  

세상을 이기는 최고의 지혜
나는 모자라고 조금 못났습니다.

- 엄상익(변호사) 글 -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던 배삼룡이라는 코미디언이 있었다. 
그가 입은 옷차림부터 웃음이 
나왔다. 헐렁한 통바지에 낡은 넥타이로 허리를 질끈 묶고 바지 한쪽은 삐죽이 올라와 있었다. 
그는 당황하면 남의 책상 위에 
있는 전화기를 들어 헛말을 지껄이기도 하고, 문을 찾지 
못해 허둥대는 모습도 보였다. 
바보 같은 그 모습에 사람들은 
악의 없이 웃었었다.
  
세월이 흐르고 어느새 그는 
구시대의 희극인으로 사라지고 새로운 개그맨 시대가 왔다. 

어느 날 그가 칠십대 중반의 노인이 되어 병원에서 산소 마스크를 끼고 있는 모습이 나왔다. 
그 무렵 한 기자가 삶의 불꽃이 꺼져가는 그와 인터뷰한 기사가 
나온 걸 봤다. 

늙고 병들어 있으면서도 그는 
아직도 그를 찾는 무대가 있으면 나가서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기자에게 “세상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냥 나는 당신보다 
좀 모자라고 생긴 것도 못났습니다라는 마음으로 살아왔어요. 
바보 연기의 요체도 
그것이었습니다” 라고 했다.
  
그 한 마디를 읽는 순간 나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삶의 비결은 상대보다 한 계단 
내려가 무릎을 꿇는 자세였다. 

칠십년대 말 나는 군 법무관 
시험을 보고 훈련을 받기 위해 
광주 보병학교에 입소했었다. 

그곳에는 두 종류의 그룹이 
합류해 함께 훈련을 받았다. 
한 부류는 나같이 고시에 
도전하다가 실패하고 차선책으로 법무장교 시험을 보고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십 년이라는 기나긴 복무기간이 
앞에 있었다. 

다른 한 부류는 고시에 합격하고 
짧은 군 복무를 위해 입대한
사람들이었다. 
제대를 하면 전원 판사나 검사로 임관이 되고 시간만 흐르면 앞날이 보장되는 사람들이었다.
  
고시에 합격하지 못한 나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잘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시기심이 있었다. 
그런 시기심은 실속 없는 
건방짐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중에 독특한 겸손을 
지닌 사람이 있었다. 
지방대를 나온 그는 얼굴도 미남이 아니고 덩치도 작은 편이었다. 
그러나 그는 누구에게나 먼저 
다가가 자신을 낮추면서 공손하게 상대방의 훌륭한 점을 인정했다.
  
그와 같이 전방으로 명령이 나서 
이웃 부대에 근무했다. 
나는 건방졌다. 

계급이 높은 사람을 만나도 
‘나는 나다, 너는 누구냐’
라는 식으로 대해 적을 늘여갔다. 

하지만 그 친구는 달랐다. 
사병에게까지 겸손하게 그리고 살갑게 대해 줬다. 

그는 항상 대하는 사람 앞에서 
‘나는 당신보다 못난 사람입니다’
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세월이 흘렀다. 동기생 중에서 
그가 제일 먼저 장군이 됐다. 
그 얼마 후 그의 장군 계급장에는 
별 하나가 더 붙었다. 
장군이 되어도 그의 태도는 
예전과 다름이 없는 것 같았다. 
별판이 달린 검은 장군차를 타고 어깨에 번쩍거리는 계급장을 달고 으쓱거릴 만한데도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실패한 동기생들을 보아도 항상 온유하고 겸손하게 대했다. 

그는 군 복무를 마치고 국제형사재판관이 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유능한 판사들이 차출되어 근무하는 곳이다. 
십여 년이 흐르고 그는 육십대 
중반이 되어 임기를 마치고 
귀국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다시 그는 국제형사재판관으로 재추천되어 유럽으로 향했다. 
국제형사재판소의 재판관들이 
그를 좋아해서 다시 재판관으로 
모신 것 같았다. 

칠십 고개에 다다른 그는 아직도 열성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 
사십여 년 전 함께 군부대에서 
훈련을 받던 사람들은 전부 
일선에서 물러나 뒷방 늙은이가 
되어 있었다.
  
한번 그의 입에서 
“나같은 놈이 성공한 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고 모두 주님의 덕입니다”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성공의 비결인 것이다. 

그는 철저히 겸손했다. 
위선적 겸손이 아니고, 
처세의 겸손이 아니었다. 

나는 그의 성공을 보면서 세상을 이기는 가장 무서운 힘이 
겸손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동기생인 그의 앞에 마음의 무릎을 꿇는다.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지만,
자기만 잘난체 하며 교만한 사람은 떠나가게도 하지만 중요한 건 인생이 외롭습니다.

지식이 겸손을 모르면 무식만 못하고,
높음이 낮춤을 모르면 존경받기 어렵습니다.

겸손은 고개를 숙이는게 아니고 마음을 숙이는 것이며,
겸손보다 더 큰 덕은 없습니다.

쉬운 것을 어렵게 말하는 것은 교만의 사치지만 어려운 것을 쉽게 말하는 것은 겸손의 저축이며,
오만한 마음에는 더 이상 채울것이 없으나 겸손의 그릇에는 늘 비어 있어서 언제나 채울 수 있답니다.

그럼 오늘도 여러분 겸손의 그릇에 아름답게 가득가득 채워두시기를 응원합니다. 




2.下 心(하심)  

하심은 마음을 내려 놓는다는 뜻을 의미합니다
      
광주(光州)에서 이름 석자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한 할머니 한 분이 
있었습니다

특히 '말'이라면 청산유수(靑山流水)라 누구에게도 저본 적이 없는 할머니 였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말빨이 아주 센 할머니 였습니다

그런데 
그 집에 똑똑한 며느리가 들어가게 됩니다

그 며느리 역시 서울의 명문 
대학교를 졸업한 그야말로 '똑소리' 나는 규수였습니다

그래서 이웃에 많은 사람들이 
저 며느리는 이제 죽었다
라며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시어머니가 
조용했습니다

그럴 분이 아닌데 이상했습니다

그러나 
이유가 있었습니다

며느리가 들어올 때 시어머니는 벼르고 
벼렸다고 합니다

며느리를 처음에 꽉 잡아놓지 않으면 
나중에 큰일이 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혹독한 시집살이를 시켰습니다

생으로 트집을 잡고 일부러 모욕(侮辱)도
주었습니다

그러나 
며느리는 뜻밖에도 의연했고 전혀 
잡히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며느리는 그 때마다
시어머니의 발밑으로 내려 갔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시어머니가 친정에서 그런 것도
안배워 왔느냐고 생트집을 잡았지만

며느리는 공손하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친정에서 배워 온다고 했어도 
시집 와서 어머니께 배우는 것이 더 많아요

모르는 것은 자꾸 나무라시고 
가르쳐 주세요

다소곳하게 머리를 조아리니 시어머니는 
할 말이 없습니다

또 한 번은 
그런 것도 모르면서 대학 나왔다고 하느냐며
공연히 며느리에게 모욕(侮辱)을 줬습니다

그렇지만 
며느리는 도리어 웃으며 공손(恭遜)하게 
말했 습니다

요즘 대학 나왔다고 해 봐야 옛날 
초등학교 나온 것만도 못해요

어머니

매사에 이런식이니 
시어머니가 아무리 찔러도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뭐라고 한 마디 하면 
그저 시어머니 발밑으로 기어 들어가니 불안(不安)하고 피곤(疲困)한 것은 오히려 시어머니 쪽이었습니다

사람이 그렇습니다

저쪽에서 내려가면 이쪽에서 불안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쪽에서 내려가면  반대로 저쪽에서 불안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먼저 내려가는 사람이 결국은 이기게 됩니다

사람들은 먼저 올라가려고 하니까 서로 피곤하게 됩니다

나중에 시어머니가 그랬답니다

너에게 졌으니 집안 모든 일은 
네가 알아서 해라

시어머니는 권위(權威)와 
힘으로 며느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며느리가 겸솜으로 내려가니 아무리 
어른이라 해도 겸손에는 이길 수 없었던 것이지요

내려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떤 때는 죽기만큼이나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겸손보다 더 큰 덕목은 없습니다

내려갈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올라간 것입니다

아니내려가는 것이 바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시간 이 지나면 부패(腐敗)하는 음식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醱酵)되는 음식이 있듯이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는 인간(人間)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인간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썩지 않고 맛있게 발효되는 인간은 끊임없이 내려가는 사람입니다

겸양(謙讓)과 비우기를 위해 애쓰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명심(銘心)할 
일입니다

비우고 
내려 놓으면서 자신의 잣대를 아는 사람

부단히 비우고 내려 놓으면서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 끊임없이 비우고 내려 놓으면서 영혼(靈魂)을 일으켜 세우는 사람

이렇게 내려갈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삶을 통달한 현자(賢者)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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