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편지] 두 노가 같은 쪽을 저으면 배는 앞으로 갑니다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할 때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까요. 좋은 직장, 넉넉한 형편, 성격, 학벌, 취미가 비슷한지도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함께 늙어 갈 사람을 고를 때 그보다 더 오래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어디를 향해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세계를 무대로 남다른 커리어를 개척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쌓아온 사업가이자 작가 이정민 씨는 《인생의 폭풍 속에서 춤을》에서 남편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날을 들려줍니다.
연애 후 처음 맞은 크리스마스였습니다. 근사한 레스토랑을 예약하거나 화려한 이벤트를 준비한 날이 아니었습니다. 남편은 평소 멘토링을 하며 경제적으로 돕던 두 아이를 만나러 갔습니다. 아이들의 부모는 걷지 못하는 장애가 있었고, 두 자매는 좁은 임대주택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작은 케이크를 들고 찾아가 그 가족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작은 우동집에 마주 앉아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을 먹었습니다.
그날 그는 남편의 형편보다 마음을 보았습니다.
어느 날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남편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돕는 인생을 살고 싶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한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3등 인생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인생이고, 2등 인생은 자기 한 몸 먹고사는 데 그치는 인생이며, 1등 인생은 다른 사람까지 돕는 인생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당시 이정민 씨는 국제금융업계에서 일하며 좋은 집안과 뛰어난 학벌,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가진 것이 많지 않은 이 남자가 자신이 만나 본 그 어떤 사람보다 좋은 인생을 살 것 같다는 믿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남편의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주워 온 가구들로 꾸민 집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홀어머니가 시장에서 과일가게를 하신다고 했지만, 찾아가 보니 번듯한 점포가 아니라 시장 길목에 바구니 몇 개를 놓고 과일을 파는 작은 좌판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도 마음이 멀어지기는커녕 그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 남자를 좋은 집에서 살게 해 주고 싶다. 좋은 차도 타게 해 주고 싶다.’
사람의 마음은 이상합니다. 많이 가진 사람을 보면 기대고 싶어질 때가 있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면 오히려 내가 그 사람에게 무엇인가 해 주고 싶어집니다.
두 사람은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가족을 이루었습니다. 직접 낳은 두 아이뿐 아니라 결혼 전부터 돌보던 장애인 부부의 두 아이, 보육원에서 마음으로 결연을 맺은 두 아이까지 모두 여섯 명의 아이를 품고 살아갔습니다.
물론 아름답기만 한 삶은 아니었습니다. 하루 스물네 시간이 모자랐고 잠도 부족했습니다. ‘나는 대체 언제 쉴 수 있을까’ 하는 서러움이 밀려오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마음으로 가족이 된 아이들을 매달 찾아가 놀아 주고 놀이공원에도 데려갔습니다. 친딸과 친아들도 자연스럽게 그 아이들과 어울려 자랐습니다.
그렇게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얼마 전 그는 집을 정리하다 남편이 쉰 살 무렵 적어 둔 것으로 보이는 쪽지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자. 나의 일과 투자가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면 좋겠다.’
그 글을 읽는 순간 알게 되었습니다.
세월은 흘렀어도 남편이 바라보는 곳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결혼 전 “돕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던 사람이 여전히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가 사는 것이 힘들다며 남편에게 하소연했을 때, 남편은 영화 《계춘할망》의 한 대사를 빌려 이런 메시지를 보내 주었습니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지쳐도 온전한 내 편 하나 있으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라. 내가 네 편 해 줄 테니 너는 네 원대로 살아라.”
부부라고 해서 생각이 모두 같을 수는 없습니다. 성격도 다르고 취향도 다릅니다. 돈을 쓰는 방식도 다르고 자녀를 바라보는 생각도 다를 수 있습니다. 때로는 가는 속도가 달라 다투기도 합니다. 그러나 목적지가 같으면 다시 손을 잡고 같은 방향을 향해 걸을 수 있습니다.
배에는 두 개의 노가 있습니다.
한 노가 왼쪽으로 젓고 다른 노가 오른쪽으로 저으면 아무리 힘을 써도 배는 제자리에서 맴돕니다. 그러나 두 노가 같은 방향을 향하면 힘의 크기가 조금 달라도 배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결혼도 그렇습니다. 인생도 그렇습니다. 완벽하게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과 함께 걷는 것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동행은 두 사람이 서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나님을 바라보며 걷는 것입니다. 나침반이 같은 두 사람은 먼 길도 함께 갑니다, 같은 곳을 향한 두 바퀴는 오래 굴러갑니다. 두 노가 같은 쪽을 저으면 배는 앞으로 갑니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그들이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그들이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전도서 4:9-10)
열린편지/열린교회/김필곤목사/202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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